[WHO]세상아, 십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지난해 11월 국제 아동 평화상 시상식이 열린 네덜란드 헤이그. 행사장에 한 일본인 소녀의 이름이 울려퍼졌습니다. 그 주인공은 가와사키 레나(18). 어린 시절부터 투사에 가까운 환경운동가로 명성을 떨쳤던 그레타 툰베리나 탈레반의 공격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며 아동인권 운동가로 거듭났던 말랄라 유사프자이에 비해선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죠. 그래서인지 46개국, 174명의 후보를 제치고 최종 수상자가 된 레나는 세계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레나가 벌였던 여러가지 활동들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일본과 비슷한 환경의 한국에 사는 우리들에게 귀감이 될만합니다.

교육불평등에 주목한 8살 소녀

레나가 사회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게 된 건 8살 무렵. 한 일본인 배낭여행자의 아프가니스탄 자원봉사 활동기를 담은 사진집을 접하면서부터였다고 해요. 책에서 레나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의 모습과 총탄이 박힌 교실에서 힘겹게 학업을 이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와 달리 세상에는 교육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린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레나는 친구들과 머리를 맞댄 끝에 엽서와 몇 가지 문구를 제작했고 학교 문화제에서 판매한 수익금을 난민 지원 단체에 보냈습니다.

이후 레나는 일본 청소년들의 교육 문제에도 주목하게 됐습니다. 분명 아프가니스탄 같은 나라에 비해 일본 학생들의 삶은 나아보였습니다. 하지만 레나는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해주지 않는 교육 시스템, 아동 청소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차별적인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중학생이 된 레나는 국제 청소년 단체인 얼쓰 가디언즈(Earth Guardians)에 일본 지사 설립을 제안했습니다. 일본의 청소년들이 정치에 참여하며 현재의 10대, 그리고 미래의 10대에게 더 나은 기회를 주는 일에 동참하도록 이끌겠다는 포부였습니다.

日 10대 정치 참여 이끌다

얼쓰 가디언즈 일본 지사 리더가 된 레나는 11~18세 청소년과 지역 정치인들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인 '폴리챗'을 만들었습니다. 10대들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공식적인 회의 채널을 만든 것이죠. 실제로 폴리챗을 통해 오사카 강물 정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레나도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정치인을 포함한 사회 지도층이 10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만 생각했죠. 하지만 10대가 정치적 무관심을 거두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 분명 귀 기울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겁니다. 레나가 국제아동평화상 수상 소감으로 "불만족스러웠던 감정이 이제는 흥분과 기대로 바뀌었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참고자료]

일본의 미래에 활력을 불어넣다

가와사키 레나, 국제 아동평화상 수상자로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