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지킨 숨은 주역들 | 제68호
방방곡곡에서 모인 평범한 우리말
28년 만에 '큰사전' 속에 한아름
한글로 쓴 수많은 책 중 '우리말 큰사전' 만큼 산전수전을 많이 겪은 책이 또 있을까요? '우리말 큰사전'은 총 6권으로 이뤄진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 사전입니다. 그런데 사전 전체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무려 28년의 시간이 걸릴 정도로 제작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합니다.
한글학자 주시경, 전국의 말을 모으다
'우리말 큰사전'의 시작은 1911년 '말모이 작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말모이'는 '말을 모은다'는 뜻입니다. 당시 일본은 학교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것조차 금지하고, 혹독한 식민 정책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한글학자 주시경(1878~1919)과 그의 제자들은 '언어까지 잃어버리면 영원히 독립을 이룰 수 없다'며 조선 팔도의 사람들이 쓰는 말을 모아 사전으로 정리하는 말모이 작전을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쓰는 모든 말을 찾아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말모이 작전 소식을 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서 자신들이 쓰는 신조어, 방언, 고유명사 등을 편지로 보내주며 사전 제작에 힘을 보탰다고 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사전은 제작을 이끌던 주시경 선생이 1914년 세상을 떠나면서 완성되지 못했습니다.
이후 말모이 초기 원고는 '조선어사전편찬회'로 넘어갔습니다. 조선어사전편찬회는 조선어학회가 주도하는 '조선말 큰사전' 편찬 사업을 담당했습니다. 주시경의 제자들이 모여 만든 조선어학회는 한글 보급 운동과 한글 맞춤법 통일 등 한글을 알리고 지키기 위한 수많은 일을 했는데요. 사전 편찬 사업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1942년 10월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짓밟는 일본의 민족말살정책으로 조선어학회의 많은 활동이 중단됩니다. 당시 일본은 한글을 연구하던 학자와 후원자 등 33명을 잡아갔고, 조선어학회가 제작하던 '조선말 큰사전' 원고도 증거물로 압수했습니다.
창고서 발견된 민족의 '말'...16만 단어 담은 '큰사전'으로
일본이 가져간 '조선말 큰사전'의 원고는 광복 이후 행방이 묘연했지만, 1945년 9월 8일 경성역(현 서울역)의 한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됩니다. 조선어학회는 이 원고를 바탕으로 1947년 '조선말 큰사전' 1권을, 1949년 2권을 간행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잠시 간행이 중단됐고, 1957년 10월 9일이 되어서야 마침내 '우리말 큰사전'이라는 이름의 6권짜리 사전이 세상에 나옵니다.
'우리말 큰사전'은 사투리, 고어, 전문 용어까지 포함한 16만4125단어를 수록해,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데요. 광복 이후 폐허가 된 한국에서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 사전 덕분에 말로 편하게 소통하고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었다고 해요. 현재 우리가 널리 사용하고 있는 '표준국어대사전' 역시 이 '큰사전'을 토대로 1999년 간행됐습니다. 이런 이유로 문화재청은 '말모이' 원고와 '조선말 큰사전' 원고를 지난 2020년 12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등재했습니다.
1. 오늘 기사에서 전하려는 핵심 내용은 무엇일까?
2. 주시경이 일본의 핍박 속에서도 한글 사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3. 국어사전은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까?
제68호 이번 주 뉴스쿨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 HEADLINE - 국어사전의 밑거름 '말모이 대작전'을 아시나요?
- LETTER - 이렇게 읽어주세요(+뉴스쿨TV : 알고 나면 쓸모 있는 국어사전 이야기)
- QUIZ
- PLAY - 뉴스쿨 말모이 대작전
- BOOKCLUB - 네 권의 책으로 만나는 한글
[초등교과 연계]
3학년 1학기 국어 나-7 반갑다, 국어사전
4학년 1학기 국어 나-7 사전은 내 친구
4학년 1학기 국어 나-9 자랑스러운 한글
5학년 1학기 국어 나-8 아는 것과 새롭게 안 것
5학년 2학기 국어 나-6 소중한 우리 말
6학년 1학기 국어 나-7 우리 말을 가꾸어요.
5학년 1학기 사회 2. 사회의 새로운 변화와 오늘날의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