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리 공유]토론
판다를 외교 수단으로 활용해도 괜찮은 걸까?
친선대사 역할 톡톡히 하는 판다 가족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 사는 자이언트 판다 ‘바오 가족’에게는 특별한 임무가 있다. 바로 중국과 우리나라의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상징하는 친선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엄마, 아빠인 아이바오와 러바오는 2014년 한국을 방문한 중국 시진핑 주석의 제안으로 한국에 왔다. 판다 외교가 빛을 발한 건 2020년 첫째 딸 푸바오가 태어나면서부터다. 푸바오가 번식을 위해 중국으로 간 2024년 4월까지 약 3년간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푸바오 신드롬’으로 들썩였다. 푸바오가 일으킨 경제 효과가 2,000억 원을 훌쩍 넘어선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푸바오의 빈자리는 뒤이어 태어난 쌍둥이 동생들 루이바오와 후이바오가 채우고 있다. 이들의 탄생과 성장 과정부터 각종 일상을 소개하는 영상은 매번 수백만 건 이
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Q&A
🤔판다 외교가 뭐야?
중국에 주로 서식하는 판다를 통해 다른 나라들과 친분을 다지고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는 중국 특유의 외교 전략을 말해요. 중국의 판다 외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해요. 일본 역사서에는 당나라 때였던 685년 당나라 측천무후가 일본 왕실 천무천황에게 백곰(판다) 두 마리를 보냈다는 기록이 있어요. 판다 외교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건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입니다. 중국과 미국은 20여 년간 외교가 단절된 상태였는데요. 당시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며 두 나라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자 중국은 판다 한 쌍을 우호의 선물로 미국에 보냈어요. 당시 판다가 많은 인기를 끌면서 미국 내 판다의 수도 크게 늘었어요.
이후로도 중국은 국제 관계 개선을 위해 판다 외교를 활용했는데요. 많은 학자는 중국이 판다 외교를 통해 큰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소프트 파워’를 얻었다고 분석하고 있어요. 여기서 말하는 소프트 파워란 문화나 가치관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이나 나라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고 이를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외교적 힘을 말하는데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판다를 통해 중국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면서 큰 저항이나 거부감 없이 상대를 설득하는 중국 특유의 외교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지요.
🤔판다가 많아서 선물하는 건데 그게 문제 될 게 있어?
과거 중국은 판다를 무료로 선물했지만 중국 내에서 무분별한 판다 사냥으로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자 중국은 해외 동물원에 판다를 10년 이상 장기 임대하는 방식으로 임대료를 받기 시작했어요. 물론 중국에 외교적으로 의미 있는 나라들만 간택됐죠. 당시 임대료를 받는 명분은 국제 협력을 통해 멸종 위기종을 구한다는 것이었는데요. 1994년부터는 아예 ‘판다 공동번식’이라는 명목으로 판다 한 쌍당 연간 110만 달러의 임대료를 받고 빌려주게 됐어요. 판다를 돌보는 해외 동물원에선 새끼가 태어날 때마다 중국에 30만~50만 달러를 내야 합니다. 중국은 막대한 임대 수입으로 자국 내 판다 서식지를 보존하고 판다를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데 활용한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실제로 멸종 위기종이었던 판다는 개체수가 늘면서 2016년 멸종 취약종으로 등급이 낮아졌어요. 중국 내 서식지도 쓰촨성 위주에서 산시성, 간쑤성 등으로 늘어났죠.
하지만 2024년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보내는 판다 대부분이 야생에서 잡혀 온 판다들이라고 보도했어요. 판다를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시작된 판다 임대 사업이 오히려 야생의 판다를 잡아다 해외에 빌려주는 사업으로 변질됐다고 폭로한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새끼 판다들도 인공 번식으로 태어난 거야?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태어난 세 마리 판다는 모두 자연 번식으로 태어났어요. 본래 판다는 자연 번식이 무척 어려워요. 암컷 판다는 가임 기간이 1년 중 약 2~3일 정도로 무척 짧기 때문이에요. 에버랜드 동물원은 아이바오와 러바오의 호르몬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서식지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주면서 자연 번식의 성공 확률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해요
사회자 : 지금부터 '판다 외교 계속 해도 될까?'라는 주제로 토론을 시작합니다. '판다 외교를 멈춰야 한다'는 반대 측 의견을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종호 : "동물은 외교 수단이 아닙니다. 따라서 판다를 외교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옳지 않습니다. 판다가 중국의 일부 지역에 주로 모여 사는 건 그곳이 판다에게 적합한 서식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판다는 가족, 친구와 유대관계가 돈독하고 매우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그런 판다를 선물처럼 주고받고 원래 서식지와 전혀 다른 환경으로 보내는 건 옳지 않습니다."
사회자 : 판다를 외교 수단으로 활용하여 낯선 환경에 보내는 건 옳지 않다는 의견에 반박해주실 분 있나요?
민하 : "네.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판다 외교는 멸종 위기종 보존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판다 외교는 멸종 위기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많은 나라가 종 보존을 위해 협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우리나라에서 판다가 태어난 것처럼 실제로 많은 나라에서 판다 번식에 성공하면서 종 보존에 기여하고 있어요. 이렇게 많은 나라가 힘을 합치면 현재는 1,800여 마리에 불과한 자이언트 판다의 개체수도 훨씬 더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사회자 : "판다 외교 덕분에 판다가 멸종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반대 측 토론자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종호 : "중국은 판다 외교를 통해 판다의 개체수가 늘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이는 동물학대의 결과라는 사실이 뉴욕타임스 보도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당시 기사에서는 많은 판다가 공격적인 인공 번식 과정에서 목숨을 잃거나 병에 걸리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심지어 일부 동물원에서는 관람객 증가와 판다 관련 상품 판매 등을 염두에 두고 과도하게 인공 번식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어요. 그런데도 판다 외교가 멸종위기에 놓인 판다를 구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도 멸종 위기에 처한 많은 동물들이 있습니다. 판다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많은 돈을 주는 대신 그 돈으로 우리나라의 멸종위기종을 돌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멸종 위기에 놓인 판다를 구하는 것은 중국의 몫입니다."
민하 : "저는 판다 외교가 중국에만 득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판다를 선물 받은 나라들은 판다를 활용해 관광이나 유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무려 3여 년간 우리나라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푸바오를 예로 들면 푸바오 덕분에 생겨난 경제적 효과가 2,000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푸바오 덕분에 일자리가 생겨나고 기업의 매출이 늘어난 것이죠. 게다가 여러 나라가 오랜 역사에 걸쳐 동물 외교를 펼친다는 건 그 만큼 동물외교의 효과가 크다는 방증입니다. 귀여운 동물을 보다 보면 누구나 호감을 느끼고 상대 국가의 전통과 문화 등에 관심을 갖게 되기 마련이죠. 외교라는 건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이보다 더 좋은 외교 수단은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판다 외교처럼 효과적인 동물 외교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자 : 팽팽하게 맞선 양쪽의 주장을 잘 들어봤습니다. 오늘 토론을 보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아래 설문에 응답하여 자신의 의견을 밝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