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에겐 평범한 길, 누군가에겐 목숨건 길

이 콘텐츠는 뉴스쿨 News'Cool이 2024년 7월 19일에 발행한 제107호 이번 주 뉴스쿨입니다.‌

이번 주 뉴스쿨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1. HEADLINE -휠체어 탄 민지에게 무슨 일이?
  2. 뉴스쿨TV -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
  3. PLAY - 우리 동네 이동권을 지켜라!
  4. BOOKCLUB -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나를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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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하철을 타러 갔는데 지하철역 안에는 엘리베이터 공사가 한창이었어. 이 엘리베이터가 있으면 지하철 요금을 내는 대합실에서 지하철을 타는 승강장까지 한 번에 내려갈 수 있다고 해. 지금까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다녔는데 무척 편할 거 같아. 그런데 부모님게서는 이 엘리베이터는 우리를 위한 게 아니라,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임산부 등 교통약자를 위한 거라고 하셨어. 쿨리는 그것도 모르고 엘리베이터를 탈 뻔 했지 뭐야. 그런데 교통약자들은 지금까지 엘리베이터가 없는데 어떻게 지하철을 탄 거지? 궁금해서 쿨리가 한 번 알아보기로 했어.

3분 거리가 30분 고난의 길
휠체어 탄 민지에게 무슨 일이?

이곳은 서울의 한 지하철역 입구. 다리를 다쳐 휠체어를 타게 된 민지는 엄마와 함께 할머니 댁에 가기 위해 지하철역에 갔습니다. 그런데 지하철 대합실로 이동할 엘리베이터를 찾는 것부터가 난관이었습니다. 가까스로 지하철 대합실에 도착했지만 이곳에선 또 다른 난관이 민지와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 지하철역에는 지하 1층 대합실에서 지하 2층 승강장에 이르는 엘리베이터가 없었거든요. 민지와 엄마는 울며 겨자 먹기로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된 계단을 찾아 헤맸어요. 엄마는 민지의 휠체어를 미느라 땀을 뻘뻘 흘렸고, 민지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간신히 휠체어 리프트를 찾았고, 엄마는 직원 호출 버튼을 눌렀습니다. 예전에는 이용자가 직접 버튼을 눌러 리프트를 움직일 수 있었지만 2017년 한 장애인이 혼자서 휠체어 리프트를 작동하다가 계단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로 리프트를 작동해 줄 직원을 호출해야만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민지는 엄마와 사회복무요원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리프트에 올랐습니다. 리프트는 출발과 동시에 '덜컹덜컹'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아래로 내려갔는데요. 순간 민지는 생명의 위협을 느껴 엄마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실제로 휠체어 장애인들이 이 리프트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많았다는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거든요. 평소에는 3분이면 지하철을 탈 수 있었지만 이날은 30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이동권 안중에도 없는 대중교통, 교통약자는 울상

이 이야기는 많은 교통약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실제로 겪는 일을 민지의 시선으로 각색한 이야기입니다. 교통약자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걷기 어려운 노인과 어린이, 유모차를 끄는 사람, 임산부 등을 일컫는 말입니다. 지하철은 '시민의 발'이라고 불리는 대중교통인데요. 교통약자들은 민지처럼 지하철역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스스로 지하철을 탈 수조차 없는 경험을 자주 합니다. 누군가는 '지하철이 아닌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될 것 아니냐'며 의아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건 더욱 쉽지 않습니다. 장애인의 이동을 위해 마련된 장애인 콜택시는 차량이 많지 않아 시간을 맞추기가 하늘의 별 따기거든요. 휠체어나 유모차가 있다면 버스에 올라타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원하는 곳으로 언제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이동권'이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의 대중 교통 환경이 교통 약자들의 이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셈입니다.

엘리베이터 설치에 수백억... 평범한 이동 언제쯤

물론 정부와 공공기관이 이 같은 상황을 손 놓고 보고만 있는 건 아닙니다. 최근 서울시는 교통약자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상-대합실-승강장까지 편리하게 이동해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 지하철 역사 곳곳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위험천만한 휠체어 리프트를 없애기로 했어요. 우선 서울역 등 총 17개 역사에 설치된 23대의 리프트를 먼저 철거하고 내년까지 모든 시내버스를 저상버스로 바꾸겠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저상버스는 휠체어나 유모차가 쉽게 오르도록 문에서 발판이 내려오는 버스입니다.

하지만 많은 장애인 단체들은 "엘리베이터가 있어도 지하철역 안에서 이동이 쉽지 않다"며 "제대로 된 이동권을 지켜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휠체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좁은 지하철역이 여전히 많습니다. 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공간이 부족하거나 비용 문제로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경우도 허다한데요.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데는 수백억 원의 비용이 들고, 일부 지역은 엘리베이터 한 대를 설치하기 위해 대대적인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생각 더하기++
1. 오늘 이야기의 핵심 내용은 무엇일까?
2. 이동권을 침해당한 경험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3. 내가 주로 다니는 길, 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은 이동권을 잘 보장하고 있을까?

🤔
쿨리는 '이동권'이라는 말을 이번에 처음 들어봤어.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일 거라고 짐작은 되는데, 이건 그럼 누가 지켜줘야 하는 거지? 그리고 이동권을 잘 지켜주지 않으면 벌을 받는 걸까? 궁금한 게 너무 많아. 아무래도 뉴쌤께 여쭤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