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사전이 살아있다?!
이 콘텐츠는 뉴스쿨 News'Cool이 2024년 10월 4일에 발행한 제117호 이번 주 뉴스쿨입니다.
이번 주 뉴스쿨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 HEADLINE - 국어사전의 변신은 끝이 없다
- 뉴스쿨TV - 나만의 낱말 사전 만들기
- PLAY - 10년 후 사전에는
- BOOKCLUB - 재미있고 신기한 우리말
바눌뼈두부살, 쥐코졸임?
국어사전의 변신은 끝이 없다
#1. '바눌뼈 두부살'이란 말을 아시나요? '바눌'은 '바늘'을 뜻하는데요. '바눌 뼈 두부살'은 바늘처럼 뼈가 가늘고 두부처럼 살이 연약해 아픈 것을 조금도 참지 못하는 사람을 조롱할 때 쓰는 말입니다.
#2. '쥐코졸임'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쥐의 코처럼 작은 일을 두고 마음을 졸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요. 도량이 좁은 사람을 비웃을 때 사용합니다.
모번뽀이 사라지고 배꼽인사 등장...똑똑해지는 사전
지금은 누구도 쓰지 않는 '바눌뼈두부살'과 '쥐코졸임'은 모두 1938년 편찬된 '조선어 사전'에 수록된 어휘들입니다. 1938년 발행된 조선어 사전은 우리말을 우리말로 풀이한 최초의 국어사전인데요. 조선어사전에는 표준어 외에도 당시 조선 사람들이 사용하던 유행어와 신조어 등 다양한 표현이 수록됐습니다. 모던껄, 모던뽀이가 대표적입니다. 1900년대 초반 외국 문물을 자유롭게 수용하며 서양의 옷을 입고 다니던 사람들을 지칭하는 '모던껄' '모던뽀이'는 서구 문물이 막 유입되면서 생겨난 유행어였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는 어휘 '러버(lover)'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같은 사전 속 낱말을 통해 우리는 조선 사람들 사이에 서구 문화가 퍼졌고, 영어 단어를 우리말처럼 사용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우리말 사전에는 '모던껄' '모던뽀이'와 같은 낱말은 없습니다. 사람들이 더 이상 그런 말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죠. 현재 우리나라에서 널리 쓰이는 대표적인 사전은 '표준국어대사전'인데요. 표준국어대사전을 편찬한 국립국어원의 연구원들은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말을 관찰하고 연구해 국어사전에 등재하고 있습니다.
길고양이라는 단어를 볼까요? 주택가 근처에서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뜻하는 '길고양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는 단어였어요. 사전에는 '도둑고양이'라는 단어만 있었죠. 하지만 국립국어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길에서 떠도는 고양이들을 가엽게 여기고 돌봐주기 시작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길고양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표준어로 등록했습니다. 미용실은 뜻이 변화한 대표적인 어휘입니다. 과거 사전에서 미용실은 '주로 여성의 용모, 두발을 단정하고 아름답게 해 주는 장소'라고 설명했는데요. 2021년 국립국어원은 미용실이 여성뿐 아니라 누구나 가는 곳이라고 판단해 '주로 여성의'라는 표현을 삭제했습니다. 2023년에는 반려견, 배꼽인사, 아웃렛 등 500개의 단어가 새롭게 사전에 등재되기도 했죠.
종이사전 대신 CD롭과 웹사전...진화하는 사전
이렇게 사전에 담긴 낱말들이 바뀔 때마다 종이 사전은 매번 사전 속 내용을 수정해 새로운 사전을 출판해야 합니다. 종이 사전을 출판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고 종이 같은 자원도 낭비돼요.
그런데 2000년대 들어 기술의 변화로 새로운 단어가 빠르게 등장하고 사라지자 국립국어원은 사전 속 내용뿐 아니라 사전의 모습도 바꾸기로 결심했습니다. 국립국어원은 2001년 컴퓨터로 사전을 볼 수 있도록 하는 CD 형태의 사전을 선보였고, 웹 버전으로 51만 단어가 수록된 표준국어대사전의 개정판을 출간하기도 했죠.
지금은 표준국어대사전 못지 않게 '우리말 샘'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말 샘'은 누구나 사전에 실을 낱말을 제안할 수 있게 한 '개방형 사전'이에요. 사전에는 없지만 일상생활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낱말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새롭게 생겨난 말이나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은어, 비속어까지 두루 소개하고 있어요. 또 표기법이나 뜻풀이가 잘못된 낱말이 있다면 누구나 지적하고 수정할 수 있어요. 우리말 샘에 오른 낱말 중에 표준어가 될 만한 가치가 있는 낱말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며 표준어로 인정 받기도 합니다. '치카치카'와 '케이팝'은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당당하게 표준어의 반열에 올랐어요.
앞으로 사전에는 또 어떤 낱말이 오르게 될까요? 우리의 생활방식이 바뀌고 사회가 변할 때마다 사전은 또 어떻게 변신할지, 사전의 새로운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1. 오늘 이야기의 핵심 내용은 무엇일까?
2. 국립국어원의 학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사전에 실을 말을 고를까?
3. 우리가 친구들과 즐겨 사용하는 유행어 중 사전에는 없지만 꼭 사전에 포함됐으면 하는 단어가 있는지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