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유전자 치료 역사의 시작점에 선 두 여성 과학자
유전자의 한계 넘은 두 여인
유전자의 역사 새롭게 쓰다
“여자가 무슨 과학을 한다고!”
획기적인 유전자 가위 기술 '크리스퍼 카스9'으로 인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A. Doudna) 교수(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가 학창시절 진로상담 교사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 성별은 유전자가 결정합니다. 유전자는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개인의 특성인데, 여자라는 이유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면 그만큼 속상한 일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다우드나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묵묵히 할 일을 하며 과학자의 길을 걸었고, 유명한 과학자로 성장했습니다.
꿈을 향해 걷던 두 여성 과학자의 역사적 만남
그런 다우드나는 또 다른 여성 과학자 에마뉘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Charpentier) 교수(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를 만나며 인생의 분기점을 맞이합니다. 유전자 연구를 하던 샤르팡티에는 충분한 연구비를 확보하지 못한 탓에 여러 나라를 전전하며 일하던 떠돌이 과학자였습니다. 그런데도 연구비가 늘 부족했던 샤르팡티에에게 구세주가 나타납니다. 한 미생물학회에서 유전학 분야의 유명 인사였던 다우드나를 만난 겁니다. 이곳에서 두 사람은 열띤 토론을 펼쳤고, 샤르팡티에는 경험 많은 다우드나에게 공동연구를 제안합니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영상통화와 이메일로 협력을 이어갔고 14개월 만에 ‘크리스퍼 카스9’이라는 혁명적인 기술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여성도 할 수 있다' 몸소 보여준 위대한 집념
‘크리스퍼 카스9’은 식량난을 해결할 획기적인 농작물과 난치병 치료제를 만드는 밑바탕이 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가정에서 바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키트 개발에도 적용됐죠. 이런 공로로 두 사람은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았어요. 노벨화학상은 화학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주는 노벨상의 한 분야인데요. 과학자들에게는 최고의 영예로 꼽히지만 역대 수상자들 대부분은 남성 과학자들이었습니다. 이 상의 첫 번째 여성 수상자는 라듐을 발견한 마리 퀴리인데요. 지난 115년간 노벨화학상 역사상 여성 수상자는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를 포함해 단 8명 뿐입니다.
이 같은 성과는 어느 한 사람의 특출난 유전자 때문에 이뤄낸 게 아닙니다. 두 사람이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협력하며, '유전자 때문에 못할 일은 없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한 덕분입니다. 지금 혹시 신체적 특징 때문에 꿈을 포기하고 좌절하고 있다면 주변에 손을 내밀어 보세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도 함께라면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 고유한 위대한 유전자, 또 유전자의 한계를 극복할 힘을 갖고 있으니까요.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A. Doudna)
미국 UC버클리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생화학자. 샤르팡티에와 크리스퍼 개발의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노벨화학상 공동수상.
에마뉘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Charpentier)
미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의 연구기관을 떠돌며 연구하던 학자. 스스로를 '떠돌이 연구자'로 칭하기도 함. 다우드나와 함께 크리스퍼 가위를 개발, 2020년 노벨 화학상 공동수상.
[참고자료]
코드브레이커 제니퍼 다우드너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크리스퍼가 온다 제니퍼 다우드너 지음, 프시케의숲 펴냄
하와이 시골학교 왕따소녀, '유전자 가위'로 생명공학 황금시대 열다 (조선일보)
유전자가위 창시자 다우드나 교수, "2~3년 뒤 크리스퍼 가위로 감염병 진단할 수 있게될 것" (사이언스 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