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는 없지만 강바오는 있다!
지극 정성으로 푸바오 키운 '강바오'
중국까지 울린 '진짜 사육사'
"푸바오가 계속 한국에 머물렀으면 해요."
지난해 5월, 중국의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와 같은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귀염둥이 아기 판다 푸바오는 4월 3일 자이언트 판다들이 모여 사는 중국 쓰촨성으로 가는데요. 푸바오의 중국행을 1년 남짓 앞두고 중국인들이 이런 말을 한 이유는 강철원 사육사 때문입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인기 TV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에는 우리에게 '강바오 할아버지'로 더 잘 알려진 강철원 사육사가 출연했는데요. 이 방송에서 강철원 사육사의 말과 행동이 많은 중국인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고 해요.
강철원 사육사는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판다들을 정성껏 보살피는 베테랑 사육사입니다. 1988년 자연농원(지금의 에버랜드)에 취직해 쥐, 고슴도치와 같은 작은 동물을 돌보며 사육사 일을 시작했다고 해요. 당시 우리나라에는 사육사를 그저 '동물 똥 치워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강철원 사육사 역시 동물원을 찾은 관람객이 아이에게 "공부를 열심히 안 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는 말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해요.
하지만 강철원 사육사는 그러한 시선에 굴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책임감 있게 해냈습니다. 1989년 자연농원에서 인도 표범이 관람객들 앞에서 새끼를 낳는 일이 있었어요. 이 일로 큰 스트레스를 받은 어미 표범은 새끼 돌보기를 포기했다고 해요. 당시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표범과 같은 맹수를 어미가 아닌 인간이 성공적으로 돌본 사례가 아예 없었어요. 대부분 생후 40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기 일쑤였죠. 그런데 강철원 사육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끝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새끼 표범의 인공 포육에 성공한 주인공이 되었죠. 그는 우리나라보다 인공포육 기술이 뛰어난 외국의 사례들을 찾아보며 공부했어요. 그리고 어미 표범의 행동을 관찰해 하루 8번씩 먹이를 주며 새끼 표범과 교감을 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한 달도 넘기기 어렵다던 새끼 표범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죠.
이런 책임감은 판다를 돌보며 빛을 발했어요. 판다는 무척 예민한 동물입니다. 낯선 곳에서, 특히 낯선 사람에게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죠. 강철원 사육사는 판다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한국에 온 판다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냈어요. 판다 옆에 침대를 놓고 자거나, 판다가 좋아하는 대나무를 주기 위해 매일 경상남도 하동군의 대나무 밭을 다녀오기도 했어요. 또한 중국의 판다 전문가들에게서 판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기 위해 중국어까지 혼자 공부했다고 해요. 이런 노력 끝에 푸바오의 엄마인 아이바오는 낯선 땅에서 처음 만난 강철원 사육사에게 마음을 열었고, 국내 최초로 판다의 자연분만에 성공했습니다. 우리에게 행복을 준 푸바오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강철원 사육사의 노력 덕분이었던 거예요.
중국인들이 '푸바오가 계속 한국에 머물렀으면 한다'고 말한 이유를 이제 알겠죠? 그저 '동물 똥 치우는 사람' 취급을 받던 사육사가 판다들의 진정한 아빠, 할아버지가 되기까지, 강철원 사육사는 끊임 없이 노력했어요.
'강바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정말 멋지지 않나요? 푸바오는 없지만 언젠가 에버랜드에서 강바오 할아버지를 만난다면 이렇에 외쳐보면 어떨까요? 강바오 할아버지! 고생 많으셨어요!
강철원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 소속의 사육사
전라북도 순창군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으며, 목장 주인을 꿈꿨다다. 에버랜드가 자연농원이었던 1990년대부터 호랑이, 사자, 곰 같은 맹수 사육을 맡았고, 푸바오의 엄마와 아빠인 아이바오와 러바오가 한국에 온 2016년부터 우리나라의 모든 판다는 강철원 사육사가 키웠다.
[참고자료]
tvN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강철원 사육사 편
나는 행복한 푸바오 할부지입니다(강철원 지음, 시공사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