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못 찾아올 거리에… 그들의 ‘가족 버리기’는 올 휴가철도 계속

“휴가철인 요즘에는 매일매일 유기견 신고가 들어와요.”

전북 익산시에서 유기견보호소를 운영 중인 임종현(64)씨는 최근 익산대학교 인근 둘레길에서 ‘스피츠’종 한 마리를 구조해 왔다. 당시 “잘 키워 달라”는 쪽지와 함께 있던 유기견의 동물 등록용 내장칩에선 소재지가 ‘대전’으로 나왔다. 임씨는 “6∼8월 여름 휴가철이 1년 중 제일 바쁘다”며 “평상시보다 유기견 신고가 20% 정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임씨가 6명의 직원들과 운영하는 유기견보호소에 지난 7월 한 달간 입소한 유기동물은 160여마리에 달한다.

임씨가 유기견 구조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외양이 깨끗한 품종견부터 믹스견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렇게 버려진 유기견의 경우 동물 등록이 안 된 경우가 태반이다. 임씨는 “입양으로 (유기견들에게) 새 가족을 찾아 주려 하지만, 노령견이나 병이 있으면 센터에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미 보호 중인 유기견이 벌써 300마리에 이르러 (센터) 이사를 계획한다”고 토로했다.

전국 가구 넷 중 하나는 반려동물을 양육할 정도로 동물은 명실상부 하나의 가족 구성원이 됐다. 지난달에는 2년간 국회에 잠들어 있던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민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될 만큼 동물권을 보장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 유기 실태는 여전히 심각하다. 특히 여름 휴가철 외지에 반려동물을 몰래 버리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매년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여름 휴가철 동물 유기 방지’ 캠페인을 벌일 정도다. 동물 유기와 관련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2022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보호센터가 구조한 동물은 11만3440마리로, 최근 5년간 매해 10만마리 이상의 동물이 거리를 헤매다 구조됐다. 2020년 농식품부가 공개한 국내 동물 유기·유실 월별 발생 분포를 보면 7∼8월에 유기·유실이 가장 집중됐고, 그다음으로는 가정의 달이 낀 5∼6월과 추석 연휴가 포함된 9∼10월에 많이 발생했다. 지난해 이렇게 버려진 동물 중 새로운 가정에 입양된 경우는 10마리 중 3마리가 채 안 된다. 대부분은 좁은 보호소에서 생활하다 자연사(26.9%)하거나 안락사(16.8%)된다.

2년 전 동물보호법이 개정·시행되며 동물 유기 시 과태료 처분을 넘어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등 처벌이 강화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동물 유기 행태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자,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 등 11인은 동물 유기 행위 처벌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하는 안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동물단체들은 처벌을 강화하기보다는 실제 수사를 통해 처벌의 실효성부터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수사 기관에서 유기 시점이나 장소를 특정할 수 없어 수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최민경 동물권행동카라 정책행동팀장은 “동물 유기가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점을 인식시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세계일보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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