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유리 빌딩은 어쩌다 새들의 목숨을 앗아갔나
유리 빌딩이 새들에겐 목숨을 앗아갈 만큼 위험하다는 것 알고 있나요? 이번 기사를 읽고 나면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이 달리 보일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겁니다.
이 콘텐츠는 뉴스쿨 News'Cool이 2022년 6월 22일에 발행한 제12호 뉴스레터입니다.
다루는 이야기는...
- HEADLINE - 연간 새 100마리가 '이것' 때문에 세상을 떠난다
- VIEW - "살려주세요" 수리부엉이의 절규
- 뉴스쿨TV - 우리는 모두 생태계의 일부
- WRITING
- 우리 동네 새는 내가 지켜요
- 함께 읽어볼 책-동물도 행복할 권리가 있을까? | 뒷산의 새 이야기 |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일까?
[초등교과 연계]
6학년 1학기 국어 7. 우리말을 가꾸어
6학년 2학기 도덕 6. 함께 살아가는 지구촌
새 100마리가 매년 '이것' 때문에 세상을 떠난다
서울 신촌의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에는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캠퍼스를 가르는 양쪽의 유리벽이 파란 하늘과 햇빛을 그대로 투영해 건물 전체가 자연의 일부인듯 보이는 복합공간 ECC입니다. 국내외 내로라하는 건축상을 받으며 이화여대는 물론 서울시의 명물로 자리잡은 이 건물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한 해 100마리 이상의 새들이 목숨을 잃는 ‘새들의 무덤’이라는 점입니다.
시야가 좁은데다 비행속도가 빠른 새들은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건물이나 방음벽, 버스 정류장 같은 시설물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매일 2만 마리, 연간 약 800만 마리의 새들이 유리 구조물에 부딪혀 즉사합니다. 가까스로 살아 남아도 심한 부상으로 생존 능력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나라에서도 조류충돌방지법이 곧 시행된다는 점입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 피해방지 대책을 담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이 지난달 말 마무리되면서 이르면 내년 6월 법이 시행될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건축물이나 방음벽, 수로에는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부착해야 하고 필요할 경우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다만 법이 시행되어도 ECC 같은 민간 건축물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추가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VIEW
안녕, 나는 수리부엉이라고 해.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이고 환경부가 정한 멸종 위기 야생생물이기도 해. 부엉이 중에서도 몸집이 아주 큰 편에 속하고 사냥의 명수지만 내게는 생각만해도 무서운 것이 있어. 바로 투명한 유리로 된 건물이나 벽이야.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800만 마리의 새들이 유리에 부딪혀 죽는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있니?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의 수가 2900명인데 우리 새들은 하루에만 약 2만 마리가 그저 유리를 푸른 허공으로 착각했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고 있다는 거야.
유리를 잘 피해 다니면 되는 거 아니냐고? 우선 새들은 눈이 얼굴 양 옆에 붙어 있어 인간보다 시야가 넓고 천적도 쉽게 발견할 수 있어. 그런데 거리감을 파악하는 기능은 떨어져서 눈 앞에 구조물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잘 깨닫지 못해. 게다가 우리 새들이 나는 속도는 평균 시속 36~72㎞로 자동차 못지 않게 빨라. 눈 앞에 유리를 알아채면 이미 늦은 경우가 대부분이야.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어도 부리가 부러지거나 눈이 안 보이게 되면 이 역시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우린 더 이상 먹이를 구할 수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도 없게 되거든.나나 매 같은 친구들은 새들 중에서도 몸집이 큰 편이지만 연약하기는 매한가지야. 튼튼한 자동차도 도로에서 충돌사고가 나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찌그러지잖아. 우리는 그보다 약한 충격을 받아도 뇌 손상을 입게 돼. 특히 작은 새들은 계란을 깨뜨리는 정도의 힘으로도 두개골이 깨져.
친구들이 유리창에 부딪혀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미국, 캐나다, 스위스 같은 나라에 사는 새들이 부럽기도 해. 이들 나라엔 우리를 보호하는 정책이 있거든. 인간 뿐만 아니라 새들도 안전하게 건축물을 지어야 하고 특히 캐나다에선 새들에게 얼마나 안전한지에 따라 조류 친화 빌딩 등급을 매긴대. 우리나라에서도 일명 조류충돌방지법(‘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된 건 새들 모두 환영하고 있지만 아쉬움도 커. 우리나라 건축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이나 기업 등 민간이 소유한 건물은 이번에 마련된 법과 아무 상관이 없거든. 우리가 공공기관 건축물이나 방음벽만 찾아다니면서 부딪히는 건 아니잖아.
지금으로선 자발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어. 물론 이 변화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야. 우리가 유리 벽을 알아볼 수 있게 일명 ‘조류충돌 저감 스티커’라고 불리는 점 스티커를 5X10㎝ 간격으로 붙여주는 거야. 물론 친구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스티커도 돼. 스티커를 붙이는 시간과 노력이 나의 목숨보다 귀한 걸까.
- 쿨리 : 선생님, 우리는 일상에서 매일 보는 건물들이 사실은 새들에게 공포가 된다니 몰랐던 사실이에요. 그런데 야생에서 살아야 할 새들이 왜 도시로 온 걸까요?
- 뉴쌤 : 새들이 도시로 온 게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야. 우리는 더 빨리 이동하기 위해 도로를 짓고, 수많은 아파트를 지었어. 숲, 바다, 습지였던 곳 위에 말이지. 그런데 그 속도가 너무나 빨라. 급격한 도시화로 동물들은 순식간에 살 곳을 잃어버리고 도시에 남아 방황하게 된 거지. 먹을 게 모두 없어져서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도 많아.
- 쿨리 : 새들 말고 도시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사는 동물들이 또 있어요?
- 뉴쌤 : 그럼. 산과 산 사이에 놓인 도로에서는 사슴, 노루가 차에 치어 죽는 로드킬(road kill) 사고가 많아. 또 낡은 아파트에는 길고양이들이 많잖아. 아파트를 새로 지을 때가 되면 고양이들도 갈 곳이 없어지지. 간혹 아파트 건축물에 깔려 죽기도 해.
- 쿨리 : 불쌍하네요. 그런데 생태계에서도 강한 동물이 약한 동물을 잡아먹잖아요. 어쩌면 인간이 가장 강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요?
- 뉴쌤 : 그것과 달라. 동물들은 자연스럽게 먹이사슬로 개체수를 조절하거든. 다양한 종의 생물이 여러 지역에 분포돼 살아야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돼. 그런데 지금 사람이 사는 곳 대부분이 도시로 바뀌고 있잖아. 도시에 적응하지 못하는 동식물은 살기가 힘들어질테고, 그러면 그 동식물을 먹이로 하는 동물도 개체 수가 줄어들겠지.
- 쿨리 : 그러면 인간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겠죠?
- 뉴쌤 : 물론이지. 새를 예로 들어볼까? 새의 먹이는 곤충이나 쥐야. 새가 적당히 곤충을 먹어야 농촌에서 농사를 지을 때 곤충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어. 만약 새가 없어진다면 곤충이 엄청 늘어날거야.
- 쿨리 : 아… 새가 없어지면 곤충이 늘어나고 농사를 망칠 수 있겠네요
- 뉴쌤 : 그렇지. 그래서 인간이 동식물과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나가야 해.
WRITING
- 새들이 비행 중 유리 건물을 피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인공구조물로 인한 조류 피해를 막기 위해 국회에서 마련한 법안 이름은 무엇일까? 이 법은 언제부터 시행될까?
- 야생동물들이 인간이 사는 도시에 계속 머무르게 된 이유를 설명해 보자.
- 야생동물이 도시에서 위험에 처하게 되면 우리 인간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 가지 동물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 혹시 좋아하는 동물이 있어? 자고 일어났더니 내가 그 동물이 되어 있다면 어떨 것 같아? 동물의 입장에서 인간이 사는 도시에 함께 사는 심정을 일기로 써보자.
BOOKS
- 동물도 행복할 권리가 있을까?
인간과 동물이 어우러져 살게 된 건 오래된 일이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동물의 권리는 갈수록 작아지는 것만 같아. 야생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 멧돼지, 불꽃놀이로 괴로워하는 동물들, 멸종위기의 동물들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개미도, 두더지에게도, 그리고 이 세상 모든 동물에게도 인간 만큼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거야.
2. 뒷산의 새 이야기
우리가 지켜줘야 할 새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여기 우리 동네 뒷산에서 철마다 만날 수 있는 새들을 소개하는 책이 있어. 우거진 떨기나무 사이에서 뾰로로로 소리를 내며 나타나는 울새, 머리 위 깃털이 멋드러진 노랑딱새까지 멋진 새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하루 빨리 만나보고 싶어져. 우린 새들을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작가는 이렇게 말해. “관찰의 시작은 멈추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소리 내는 것도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가만히 멈춰 보세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새들이 말을 걸어 줄 겁니다.”
3.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일까?
하수구 쥐 무리와 함께 살게된 햄스터 ‘햄순이’, 개농장에서 탈출한 ‘코점이’, 쓰레기수거장 옆 스티로폼에 사는 하늘다람쥐 ‘쉬웅’, 자신을 이용만하는 가족을 떠난 앵무새 ‘땅콩이’. 다섯 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모두 집을 찾거나, 향하거나,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해. 그 과정에서 사람을 피해 숨고, 쫓기기도 하고, 생존을 위협받기도 하지. 도대체 이 동물들이 살아야 할 집은 어디일까? 이들이 살 집을 빼앗은 건 두 발 달린 동물, 우리 인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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