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다문화 이어 자폐 별이까지…편견의 벽 허무는 ‘딩동댕 유치원’
마리의 엄마는 멕시코인, 아빠는 한국인이다. 조아는 이혼한 부모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고 있다. 하리는 태권도와 달리기를 잘하는 씩씩한 소녀이고, 그의 오빠 하늘은 휠체어를 타지만 농구를 아주 좋아한다. 교육방송(EBS) 어린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인형 캐릭터들의 면면이다. 1982년 시작한 우리나라 대표 어린이 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은 지난해 5월부터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장애, 성 역할 변화 등을 반영한 캐릭터들을 등장시켜왔다. 강아지 댕구도 유기견이다. 관련 완구 판매 수익에 민감한 한국 어린이 프로그램에서는 무척 용감한 출발이다.
프로그램을 맡은 이지현 피디는 “장애인과 다문화, 양성평등 등을 대표하는 캐릭터들을 넣어 편견을 깨고 싶었다. 이들은 위로의 대상이 아니고, 고정된 성 역할은 없다는 걸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도 알기를 바랐다”고 했다. 내부 우려도 있었지만, 지난 1년 호평이 쏟아진 덕에 어린이 캐릭터는 한 명도 바뀌지 않았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휠체어를 타고 나오고, 피부색이 다른 캐릭터를 보면서 세상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는 반응이 많다. “고맙다”는 인사도 자주 보인다.
오는 18일부터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 별이도 합류한다. 별이도 딩동댕 유치원에 함께 다니면서 친구들과 자연스레 어울린다. 별이는 몸이나 팔을 흔들고 소음에 민감하고 자동차 장난감을 유독 좋아한다. 별이가 자동차 이름도 척척 맞히며 좋아하다가도 경적 소리에 예민해하면 딩동댕 유치원 원장(딩동샘)은 “별이는 작은 소리도 잘 듣기 때문”이라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준다. 별이의 등장은 타인에 대한 태도와 인식이 정착되는 유아·어린이 시기에 존중과 다양성의 가치를 폭 넓게 받아들이게 하려는 프로그램의 또 다른 도전이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 발표한 장애인현황을 보면 전세계 아동 6명 중 1명이 인지발달장애(느린 발달)로 추정된다. 그만큼 관심도 커졌다. 교육방송 쪽은 “별이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알아가고 이해하며, 어우러져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티브이 어린이 프로그램의 이런 노력은 아이들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1969년 시작한 미국 대표 어린이 프로그램인 피비에스(PBS) ‘세서미 스트리트’에서는 2017년 처음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줄리아를 등장시켰다. 당시 줄리아의 등장은 미국 사회에서도 큰 충격이었지만, 꾸준히 아이들의 차이점보다 공통점을 부각하면서 이제는 줄리아에 대한 이해가 크게 높아졌다. 이후 2019년 위탁가정에서 지내는 칼리, 2021년 한국계 이민 아동 지영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했다. 2009년 영국 비비시(BBC) 어린이채널 시비비스(CBeebies)의 ‘베드타임 아워’를 한쪽 팔이 없는 세리 버넬이 진행했을 때도 비슷한 반향을 낳았다. 버넬은 당시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반대하는) 부모들이 나 때문에 장애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할 기회를 갖게 된다면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후 다운증후군 진행자가 등장하는 등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딩동댕 유치원’에서도 장애가 있는 하늘은 활발하고 인기 많은 아이이고, 다문화가정 마리는 적극적인 성격이다. 장애 아동과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일반 아이들의 고정관념을 허물어뜨리려는 의도에서 연출된 것이다. 별이를 탄생시킬 때는 특히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장애인과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등과 달리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시각적인 부분에서 자칫 오해를 살 수 있어서다. 제작진은 전문가에게 조언을 듣고 관련 서적을 참고하는 한편 장애 아동 가족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별이 행동 하나, 말 한마디와 목소리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해 인형극 배우, 성우 등도 관련 공부에 동참했다.
이지현 피디는 “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 하고자 하는 의지가 편견에 부딪혀 좌절되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랐다. 어린이들의 세상에서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아이들이 소외에 익숙해지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한겨레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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