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리가 간다] '살 곳은 있나요' 어느 판사의 따뜻한 판결
판사 | 노숙인 | 우발적 범죄
"추우니까 찜질방에서 주무세요"... 어느 판사의 따뜻한 판결
"앞으로 생계를 어떻게 유지할 생각인가요?"
한파가 휘몰아치던 지난 20일. 부산의 한 법원에서 박주영 부장판사는 50대 남성 김영희(가명)씨에게 재판이 끝난 이후 이렇게 물었습니다. 김영희 씨는 갈 곳이 없는 노숙인인데요. 지난 9월 28일 오전 1시께 부산의 한 편의점 앞에서 다른 노숙인과 말다툼을 하다 칼로 위협한 혐의로 경찰에 잡혀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당시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김 씨는 홧김에 우발적으로 칼을 들었고, 칼을 든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해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김 씨는 당장 칼을 밟아 부러뜨렸습니다. 함께 싸운 상대방은 칼을 든 김 씨의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지나가던 시민이 이를 보고 신고해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A씨는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노숙인이기 때문에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확인하는 재판이 열릴 때까지 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습니다.
지난 20일 진행된 재판에서 박주영 부장판사는 김 씨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해요. 또 보호관찰 2년을 명령했습니다. 집행유예는 일정기간 처벌을 미루는 건데요. 김 씨는 '징역' 6개월을 선고 받았기 때문에 6개월동안 감옥에 갇혀야 하지만 그 처벌을 2년간 받지 않는 겁니다.
판결이 끝난 직후 박주영 부장판사는 김 씨에게 다가가 이런 말들을 건넸다고 해요.
"앞으로 생계를 어떻게 유지할 건가요?"
"살 곳을 정해서 살고 건강을 챙기세요."
그러고는 김 씨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중국 작가 위화의 책 '인생'과 현금 10만 원도 줬다고 해요.
박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김 씨의 사건을 맡고 그의 삶에 대해 더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판결 전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조사에서 김 씨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30대 초반부터 부산에서 노숙 생활을 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27년간 폐지나 고철 등을 모아 생활비를 마련했고, 휴대전화도 없이 철저히 고립된 생활을 했다고 해요.
박 부장판사는 "김 씨가 처음 범죄를 저지른 것이고 피해자도 처벌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도와주면 달라질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며 "김 씨와 같은 사람에게 사회가 관심을 보인다면 제2의 범죄에 휩쓸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뉴스 Q&A]
Q. 노숙인은 어떤 사람들이야?
노숙인은 주로 경제적인 이유로 정해진 집 없이 공원, 지하철 역 등 거리에서 지내는 사람들을 말해. 우리나라의 노숙인은 8000~1만 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 하지만 노숙인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두 알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여. 노숙인들은 거리에서 잘 뿐만 아니라 식사도 해결해야 해. 그래서 우리나라 곳곳에는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가 있어. 아래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한 아저씨의 따뜻한 이야기를 들어봐.
Q. 판사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야?
우리가 무언가를 잘못하면 가장 먼저 경찰에 붙잡혀. 이후 법원은 우리의 행동이 정말 잘못한 일인지, 또 얼마나 큰 잘못인지 판단해. 이러한 판단을 하는 사람이 바로 판사야. 물론 판사가 혼자 마음대로 정하는 건 아니야. 여러 판사들과 함께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상황을 검토하고 피해자나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다음 법에 따라 결정하는 거야.
Q. 박주영 판사는 왜 이 노숙인에게 이런 판결을 내린 거야?
범죄자에게 벌을 줄 때는 앞서 얘기했듯이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해. 그 중에는 1) 범죄자가 철저하게 계획하고 범죄를 저지른 건지 혹은 홧김에 우발적으로 저지른 건지 여부와 2) 범죄자가 처음 범죄를 저지른 건지, 아니면 반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인지 여부가 포함돼. 이 노숙인은 홧김에 우발적으로 칼을 들었어. 하지만 칼을 실제로 휘두르진 않았지. 금세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칼을 내려놨어. 판사는 이 부분에서 노숙인이 사회의 보호를 받으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거야. 또 이 노숙인이 처음으로 범죄를 저지른 '초범'이어서 2년간 벌을 주지 않고 지켜보기로 한 거야.
1. 오늘 기사의 핵심 내용은 무엇일까?
2. 노숙인은 재판 이후 어디로 갔을까?
3. 길에서 노숙인을 본 적 있니? 노숙인들이 추운 겨울동안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쿨리가 간다X꼬꼬단
[알쓸뉴단]
'쿨리가 간다'를 읽고 아래 뉴스 속 단어가 어떤 의미일지 입으로 소리 내어 설명해봐.
✔️ 노숙: 집처럼 일정한 장소에서 살지 않고 가족의 곁을 떠나 길거리에서 잠을 자며 일상생활을 하는 것.
✅뉴스쿨 국어사전 : 우발적
예문: 당시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김 씨는 홧김에 우발적으로 칼을 들었고, 칼을 든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해요.
어떤 일을 계획하거나 의도한 게 아니라 갑자기 벌이는 것을 '우발적'이라고 말해.